우리나라에는 빈 터만 남아 있는 유적이 꽤 많습니다. 잘 알려진 황룡사 터라든가 부터 시작해서, 서울에도 양천고성지라든가 아차산 보루터 처럼 유적의 흔적만 남아 있는 곳들이 꽤 되지요. 소중한 유적이기는 한데, 또 그냥 썰렁한 터 밖에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그 위에 복원 공사를 하게 되면 원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살릴 방법도 없는데다가, 복원 과정에서 오히려 유적을 파괴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 조선시대에는 성이 있었다는 서울의 양천고성지. 지금은 저렇게 아무것도 없는 터 뿐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곳에 유적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예스러운 폐허 모양의 석상을 만들어서 올려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 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터키의 넴루트 산 유적지의 폐허처럼, 뭔가 더 볼거리가 있는 석상을 일부러 예스러운 모양으로 만들어 올려 놓자는 이야기이지요.


- 넴루트산 유적의 모습

그러면 좀 더 재미있는 모습으로 볼거리가 되기도 하겠거니와, 그러면서도 유적지의 원래 형태를 훼손하거나 파괴하지 않을 수가 있겠지요. 말하자면, 흔적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성터에 가면, 조선시대 병사들의 모습을 한 부서진 석상들이 이리저리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런 폐허는 잔디밭으로 단장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기왕 단장하는 김에 어울리는 석상들을 더 늘어 놓는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나름대로 유적지의 시대에 맞는 유형으로 석상을 만들어서 실제 유적지 시대의 상황을 보여 줄 수 있는 모습을 석상으로 연출해 놓는다면 교육적인 효과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조선시대 유적지라면, 조선시대의 무인상 석상 같은 모양을 참조해서 실제 조선시대의 장군,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고려시대 유적지라면 고려시대 도자기나 불상을 참조해서 금속으로 만든 동상 같은 것을 둘 수도 있겠지요. 삼국시대 유적도 마찬가지로, 그 시대, 그 나라의 특징을 보여주는 석상을 만들어 두면 보기에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런 유적 근처에는 지금도 상상도 그림이나 모형 같은 것을 전시해 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대신 좀 더 옛날 느낌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모양의 석상으로 지식을 전해주자는 것이지요.


- 조선시대 무인석

이렇게 일부러 폐허 모양을 만들어 장식해 두는 것이 그렇게 뿌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유럽권에서는 폴리라고 해서, 정원에 실제 기능을 하지 않는 건축물 모양이나 폐허 모양을 일부러 만들어서 장식하는 것이 상당한 유행이 된 적도 있었지요. 그것을 현대 한국의 역사 유적 장식에 도입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석상을 만들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보는 재미가 있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사진 찍는 재미가 있게 배치하고, 3차원으로 디자인하고 3D프린터나 3D조각 기계를 이용해서 다양한 모양을 쉽게 만드는 방식으로 일을 해 나가면, 이게 4차산업혁명 기술과 역사의 융합 사업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 이상은 4-5회 정도 이어질, 재미 삼아 이것저것 구상해본 4차혁명 융합 기타등등에 쓸 수 있을까 시리즈의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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